길거리로 내몰리는 정신질환자
한 결 기자
입력 2025.04.11 pm02:37 기사승인 2025.04.14 am12:00
정신질환자로 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책 강구해야
▲ 시사강원신문사 1면 해드라인 기사 ©시사강원신문
최근 원주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던 30대 여성이 치악산 인근에서 산불을 일으켜 경찰에 구속된 사건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의 복지 사각지대와 강제입원 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정신질환자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와 제도적 개선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2016년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강제입원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보호자 2인의 동의와 병원기관을 달리한 의사 2인의 동의, 각종 서류 준비 등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며,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보호자와 의료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방치되거나 가족과 지역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경찰과 사설 구급대도 법적 문제를 우려해 환자 구인을 꺼리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방치되면서 피해망상과 환청 등으로 인한 폭력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2016년),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2018년), 경남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2019년) 등은 정신질환 관리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주요 도시인 춘천, 강릉, 원주에는 정신과 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수용 병상과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원주는 인구가 가장 많음에도 도립 원주의료원은 정신과 진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개인 정신병원들은 입원 병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만성 적자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치료비와 돌봄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들 역시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구인 요건을 완화하고, 치료 과정의 제약을 줄이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지 비용 삭감과 방임은 환자와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를 더욱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치악산 산불 사건과 교사 초등생 살해 사건은 정신질환자 관리의 복지 사각지대와 강제입원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병원의 수용 능력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 그리고 법적·제도적 보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환자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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