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에 백제를 만나다
한무룡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5.12.05 pm04:41 기사승인 2025.12.08 am12:01
역사와 인성교육의 만남
오늘날 서울은 빽빽한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기원전 18년 온조가 세운 백제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송파구 일원에 남아 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은 바로 그 증거다. 고구려 시조 주몽의 둘째 아들 온조가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소국들을 병합해 세운 백제의 첫 수도가 바로 이곳이었다.
역사는 흐른다고 했던가.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운은 한강 유역에 내려와 백제를 꽃피웠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유물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장례 풍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주교대 이병호 교수는 흑색마연토기를 두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고사를 인용했다. 은근한 자태를 지닌 토기에서 백제인의 삶의 멋과 절제가 느껴진다. 사람은 떠났지만 유물은 남아, 그들의 삶을 우리 앞에 생생히 불러낸다.
지하철 8호선을 타고 강동구청역과 잠실역 사이를 지나면 ‘몽촌토성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그 순간 백제라는 나라와 그곳에 살았던 조상들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걷는 이 자리 위로 옛날 사람들이 걸었을 것이고, 그들이 역사를 만들었으며, 그 역사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인성을 갖춘 내가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 역사는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다.
이러한 역사적 성찰은 인성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2013)」다. 6년 동안 정성껏 키운 아이가 다른 집 아이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까. 피와 혈연이라는 본질적 관계와, 함께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인 정서적 유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은 인성교육의 중요한 주제를 던져준다.
영화는 단순히 가족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아이를 키운 시간과 사랑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혈연이라는 진실이 더 본질적인가. 부모의 선택은 곧 아이의 삶을 결정짓는다. 이는 곧 책임과 사랑,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백제의 유물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품격처럼, 영화 속 부모의 갈등은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인성의 본질을 묻는다.
서울 속 백제의 흔적을 바라보며, 그리고 영화 속 부모의 선택을 고민하며 우리는 같은 질문에 닿는다. 역사를 만든 조상들의 삶과 오늘의 우리의 선택은 결국 미래를 만든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삶의 태도는 백제인의 유물 속에, 그리고 부모의 사랑 속에 깃들어 있다. 인성교육은 바로 이런 성찰에서 출발한다.
역사와 영화가 함께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의 흔적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현재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앞에서, 혹은 영화 속 갈등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어떤 삶을 만들고, 어떤 미래를 남길 것인가. 바로 그 질문이 인성교육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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